11.19. - " 색동저고리 " 에서의 여고 모임
여고 모임이 있었다.
열 명의 여고친구들이 모임을 만들어 함께 해 온지가
어언 15년이 된 것 같다.
현재 60인 내 나이보다 한 살 더 많은 친구들이 세 명
내 나이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이 두 명이다.
그래서 올 해 환갑을 맞이한 세 명의 친구들 축하겸 미리 송년회겸
많은 내용을 가지고 모인 자리다.
장소는 마포가든호텔 뒷편의 한정식집 " 색동저고리 "였다.
신랑이 차 막히는 것도 마다한 채 파주에서 서울까지 데려다 주어
너무도 기분 좋게 간 자리였다.
내가 도착하니 세 명의 친구들이 벌써 와 있었다.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본 친구들이 3층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가
식당을 들어서는나를 보고 "추운데 무슨 사진을 찍고 있느냐며 빨리 들어오지 " 하는 소리에
우리 네명은 까르르 웃으며 자리에 앉아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친구 두 명이 들어오길래
내가 이름을 부르며 " 누구 일찍 왔네" 라며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난 그저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친구 한 명이 내 이름을 부르며
너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며 다짜고짜....성질을 내었다.
이게 무슨 불벼락인지..
내가 일찍 왔다고 하는 말에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기분이 나빠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그 말에 화를 내고 성질을 낸 것인지.
열 명 모두 온순한 성품으로 모두 지금껏 즐거운 모임을 가져 왔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오늘 환갑 맞은 친구들 축하해 주는 자리라 참고 있었다.
늘 내가 사진 담당이라 사진 찍어주고 포토북을 만들어 주곤 했기에...
친구들의 만류에 진정은 되었지만
하나 두울 나오기 시작한 음식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 맛조차 생각이 없고
화를 참고 있으려니 가시 방석에 앉은 듯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어찌될까 싶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내 몫을 다 해냈다.
친구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용서도 되지 않는다.
즐겁게 나가서 똥물 뒤집어 쓰고 온 바보 같은 나.
이런 상처 받고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내가 또 밉다.
끝까지 자리 지키고
내가 찍어준 사진들이 모두 맘에 든다며 인생샷 건졌다 하는데...
난 평화롭지 못하다.
이 모든 감정을 어떻게 난 정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