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2022
11.6. - 콩밭에서 하루 보내기
소랑(笑朗)
2022. 11. 9. 15:35
마음 밭이 콩밭 되던 길었던 하루이야기...
오후 세시
이젠 쓰러지겠다 라는 말을 연발하며
때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채우고
다시 콩밭으로 가
하얗게 먼지 뒤집어 쓴 옷
본래의 색을 잃은지 오래고
밀림처럼 자란 콩은
뒤엉켜 길을 찾을 수 없었던 콩밭
하얗게 핀 서리꽃에서
지붕 너머 지는 노을까지
그래도
조카가 있어서 해냈고
동생이 있어서 해냈고
남편이 있어서 해냈다.
아픈 무릎으로
시동 걸리지 않는 경운기와
한참을 씨름하고
결국 이겨 낸 남편의 투혼
밭에서 걷어낸 산처럼 쌓인
검정 비닐을
회관 창고에 갖다 버리는 일까지
깔끔하게 일을 마쳤다.
그래 그래서 가족이겠지.
그런데
내 입술에 물집이 퉁퉁
나도 병원을 다녀왔고
남편도 병원에 가서
무릎에서 물을 왕창 빼내고 왔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
밭에서 걷어 낸 검정 비닐의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억 소리 날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경운기로 두 대 가득 담아다 마을 회관에 갖다놨으니.
비닐 없이는 농사가 안 되는 세상
마음이 씁쓸하다.
이 많은 폐비닐은 또 어디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