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 엄마 생신상.

새벽 여섯 시
마당으로 나가 새로 울 가족이 된 강식이 데리고 산책을 했다.
강식이는 얼마 전 강순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다시 데리고 온 강쥐다.
아직도 강순이가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수컷인 강식이.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 얼마나 예쁜지.
내가 사랑해 줄 사람이라는 걸 아는지 보자마자 배를 보이며 반긴다.
강식아! 강순이 몫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자라렴... 사랑해!!


마당 끝에 탐스럽게 핀 불두화와 라일락
뒷마당에도 바쁜 와중에 동생이 가꾸어 놓은 꽃밭이 있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동생이 정성껏 가꾼다.






소박하게 차린 아침 밥상
어젯밤 끓여 놓은 들깨 미역국와 국물 있는 두부조림
엄마는 국물과 함께 두부 드시는 걸 좋아하시기에.
그리고 얇은 오뎅 볶음
다른 반찬들도 있었지만 아침이라 간단하게만 차렸다.
엄마랑 모두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남편은 아버지 면도에 이발에 목욕까지 시켜드렸다.
아버지가 목욕은 아들들이 셋 있어도 " 사위하고만 목욕을 하겠다 "
사위가 가장 편하신가 보다.
아버지가 사위 고생했다며 바나나를 한 개 주신다.
난 작은 화장실과 소변으로 끈적이는 방바닥에 락스 뿌려 청소하고
아침 설겆이는 올케가 했다.


집으로 출발하기 전
강순이가 묻힌 곳을 보러 갔다.
가을이면 주먹 만한 대추가 열리는 사랑스런 대추나무
하나 두울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우스 안에서 일하고 있는 남동생
남동생은 부모님 모시겠다고 크게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왔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울지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편찮으신 부모님 모시느라 고생, 혼자 일 하느라 고생.
그래서 조금이나마 동생 일을 덜어 주기 위해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와서 청소랑 해주고 간다.



동생이 강순이를 묻어주었다는 사과나무.
강순이가 사랑받았던 기억들과 함께 편안하게 잠들었을 거라 믿으며
강식이에게 인사했더니 삐진 듯 ~~
아버지는 우리가 가는 것을 보시겠다고 창가에 서 계신다.
엄마는 글썽이시고...
돌아오는 마음은 늘 아프고 아프다.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