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
바람구멍이라도 난듯
정신없이 살아낸 것이 이유였다고
말하기에는 하찮은 변명이지 않는가
차라리 게으름 때문이었다고
아니 생각이 미처 다다르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깊은 목주름을 보고서야
듬뿍듬뿍 퍼 발라보는 크림
칼슘 부족이란 이야기를 듣고서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우유
육중한 몸무게 지탱하느라 고생한
무릎 위해 열심히 해 보는 운동
아둔함과 미련스러움에
놓치고 넘겨버린 책의 페이지
다시 넘겨 읽어보지만
퇴색한 시간만이 일그러진다
더 이상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사랑하는 일에도 살피고 살펴서
막차를 타고서 후회하는 일 없도록
눈물겨운 약속을 해본다
소랑 최 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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