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냥꽁냥 시40 바다의 쉼표 바다의 쉼표. 잠잠하던 바다가 들썩거린다 안심하고 놓았던 마음 밭에 시샘하듯 들이닥친 돌풍 때를 아는 만물의 이치처럼 한 줄이라도 미리 알 수 있다면 조금은 덜 당황하련 만 얼마나 넘어지고 일어서야 마침표가 찍어질까 .. 2024. 6. 19. 눈칫밥 눈칫밥 붙잡는 딸을 뒤로 하고 울 엄마 시골 집으로 가셨다 아픈 것이 죄일까 자식들 돈 쓰게 해서 미안하고 큰 딸 고생 시켜 미안하고 아픈 아버지 맡겨 두고 와 아들에게 미안하고 .. 2024. 6. 12. 꽃들의 기도 꽃들의 기도 테라스에 초롱꽃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간절히 원하던 보라색 수국도 피고 붉은색 수국에 분홍색 수국까지 저마다 꽃을 피워 낸 꽃들이 모여 기도하는 밤 엄마의 꽃도 예쁘게 필 거라 말해 줍니다 .. 2024. 5. 27. 박태기꽃 엄마꽃 박태기꽃 엄마꽃 하얗게 핀 벚꽃 사라져 마음 쓸쓸할 때 딱 그때쯤 저 멀리서 나를 부르던 엄마의 손짓 같은 몸짓으로 다정하게 핀 박태기 꽃 엄마를 닮았다 언제 피었는지 .. 2024. 4. 17. 봄, 우리 나눠 봄세. 봄, 우리 나눠 봄세 벚꽃 다 날려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전에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바람 나누어 꽃을 피우고 햇살 나누어 연두싹 틔우듯 꽃과 바람의 향기 따라 꽃마음 나누고 별사랑 나누어 봄세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은 될 거라며 그때 모두 모아 내어놓으리라 약속 말고 작게 핀 꽃마리꽃이 살갖은 웃음 주듯 봄에서 봄으로 오가는 햇살 나누며 그리 살아봄세. 소랑 2024. 4. 11. 부정 부정 어제까지 함께 웃었던 날 영원히 올 줄 알았는데 모진 세월 앞에 두려움만 앞서고 어제까지 함께 걷던 그 길 다시 걸으리라 생각했건 만 이젠 걸었던 기억조차 잊어가고 어제까지 나누었던 사랑 변함없을 줄 알았는데 계절 타듯 식어가는 마음 어이하랴 변하고 변해가는 것이 생과사의 순리이건 만 가슴엔 자꾸 눈물이 자란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배 온몸으로 끌어 당기 듯 온 힘 다 주어 일어서려는 아버지의 다리는 그 마음 아는지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물레질하듯 돌고 또 돌아간다 달을 숨기고 싶다. 소랑 2024. 1. 17. 안부 안부 차가운 바람이 분다. 단지 몇 걸음 떼었을 뿐인데 하얀 두 볼이 빨개졌다. 늘 가을까지 피었던 장미도 검붉은 색이 되었는데 밤길을 떠돌던 고양이와 산수유나무에서 지저귀던 박새 먹이 찿던 소리천의 청둥오리는 지금 어디에서 머물고 있을까 안부가 궁금하다 너는 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뱉는 말조차 차가워질까 뜨거운 마음속에 조용히 담아 보는 너의 안부 소랑 2023. 11. 30. 가을은 가을은 천국이다.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와 낙상홍의 열매도 붉디붉게 천국의 색으로 물들었다 더 바랄 것 없이 좋은 길일이다 무정했던 날들도 수크령 사이로 흔들려 날아간다 삶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은 가을 사랑이란 이름의 몸짓으로 그리움을 물들이는 연인의 아름다운 계절이다 금방 부서질 것 같아 만져볼 수 없는 낙엽의 여운에도 꼬리가 달린다 가을 그 천국 안에서 소랑 2023. 11. 10. 옹알이 꽃에게 보내는 옹알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선 곱게 담아 건네보는 사랑의 옹알이 피어 주어 고맙고 볼 수 있어 고맙고 곁에 있어 주어 고맙다는 그 먼 은하의 강 건너 .. 2023. 3. 29. 봄 봄. 늙어간 바람사이 작은 몸뚱이 일으켜 붉게 물든 화살나무 열매 있더라니 이유도 없이 짓밟혀 스러져갔던 풀 햇살에 잔뿌리 곧추세워 꽃처럼 피어있더라니 아, 봄이어라 잘 살아내었어라. 너 잘 살아있었구나. 너 굽어진 길 허리 매만지며 햇살 모아 창 열어두는 봄 우리 바람 없는 날의 미소 되어 희망의 꽃화색 띄우며 또 신명 나게 살아보자 소랑 2023. 2. 8.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이른 아침 정류장으로 향하는 힘찬 걸음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길 .. 2022. 12. 16. 떼라도 쓸까요? 떼라도 쓸까요? 빨갛게 물든 단풍의 말을 하고 노랗게 물든 은행의 생각을 하고 하나 둘 떨어지는 잎새의 마음을 가진 그대가 사랑스럽습니다. 해가 갈수록 가을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닮아가는 그대가 너무 좋습니다. 그대와의 가을이 좋고 깊어가는 가을이 좋습니다. 떼라도 쓸까요? 가지 말고 곁에 오래 머물러 달라고 소랑 2022. 11. 23. 이전 1 2 3 4 다음